책제목 :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저자 : 김희림
출판사 : 자음과모음
4차 혁명시대에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에 의해 기술을 위한 시대로 접어든 작금에 과연 인문학의 원천인 철학이 필요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하루밤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실로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그 깊이가 있으며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들은 현 세대를 비롯하여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가져다준다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고 있으며 해박한 지식을 갖춘 인공지능에게 논리적인 알고리즘을 초기에 심는 주체는 인간일 것이다. 인간보다 초월적인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만들기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사고력을 가진 프로그래머가 적합할 것이다.
또한 기업 조직 구성들의 다양한 의견과 시각차를 적절하게 아우르는 것은 미리 짜둔 프로그램이 해결할 수 없다.
고차방정식보다 얽히고설킨 인간군상들의 희로애락은 깊고 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그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취업시장에서 이른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송'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인문대 졸업생들의 자조 섞인 말이지만 실제로 경영계 특히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가져야 덕목으로 인문학 소양을 꼽고 있다.
기업 내부는 물론 외부 즉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제품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보다는 어떻게 이 제품이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어떤 가치를 제품에 입힐 것인가, 고객은 왜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등등의 쉬울 것 같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이러한 문제를 과연 인공지능이 그 해답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사유의 학문인 철학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모대학 철학과 학부생이다.
이 책은 페이스북 '철학 개그'를 운영하며 생산한 글들을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기존 철학책 특히 인문학을 다룬 책들은 다소 무겁고 읽기 버거운 면이 없지 않았으나 어려서부터 시작한 철학을 가볍게 풀어내고 있으며 때론 무거운 정치에 풍자적으로 다가가 독자로 하여금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과 박근혜 전대통령을 풍자하는 글이 다수이다.
철학, 그 이름이 주는 고루하고 형이상학적인 것 같은 존재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고 있다.
“철학은 하나의 방법론입니다. 사유하고
반성하는 그 작업을 과학에 적용하면 과학철학을, 정치에 적용하면 정치철학을 낳습니다. 온데간데 다 붙여도 그럴듯한 말이 나오는 이유는 철학이 값싼 소비재여서가 아니라, 철학이 가진 끊임없는 유연성 때문입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예술과 배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 보자.
우리는 자본에 의해 헐값이 된 지식과 노동을 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음악과 만화, 영화와 학문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스승, 공자는 이를 거부한다.
예술에 값을 지불함이 예술가와 예술에게 예의이듯, 배움에도 예의가 있다는 것이다.
공자에게도 공짜는 없었다.
철학자들이 왜 사회에 필요한가?
철학자들의 고민은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그 치열한 고민을 받아들여 사회를 개선시키고 발전시킬 책임은 사회 전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노자에겐 비움이란 이런 것이다.
그가 말하는 비움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게으르게 사는 것은 아니다.
내 욕심과 의지, 편견이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니 우리는 이를 차분히 비워내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가 말하는 진정한 질문에 대해 알아보자.
‘하버마스와 쓸데없는 소리’에서
합리적 의사소통을 연구한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1996년 내한했을 때 강연 후 질문이 쏟아지자 진행자가 중요한 질문만 추리겠다고 하자 하버마스는 모든 질문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습니다. 결국 그는 모든 질문에 이해가 되지 않으면 도리어 질문하면서 답했다.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잊었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은 ‘너의 생각을 말해봐’가 아닌 ‘조용히 해’ 였고, 질문에 묵살로 답하는 어른들은 ‘뭐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앉아 있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강요된 침묵을 배워야 했고, 침묵을 견디는 것에 적응했다.
인생을 멋지게 재해석한 사르트르의 말을 들어보자.
‘야구공과 흙수저가 만났을 때’에서
사르트르는 인간을 ‘던짐을 당함’이라는 뜻의 피투(被投)와 ‘스스로를 던짐’이라는 기투(企投)의 존재로 보았다. 선택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이 가혹한 운명으로 세상에 내던져졌지만, 주어진 삶의 의미를 탐구하여 그 의미에 스스로를 던지는 존재가 인간이란다. 그래서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라고 했다고 한다.
기다림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기다리는 동안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에서
쾌락과 고통이 한데 모여 설렘으로 남는 기다림은, 동시에 대단히 실천적인 행위이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문을 두드리고, 열매를 기다리는 사람은 씨앗을 심는다. 그래서 기다림의 역설은 기다리는 동안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과연 철학엔 답이 있을까라는 명제에 어떻게 답하는 지 보자.
‘철학에 답이 있을까요?’에서
철학에 답이 있을까요? 아니, 그전에 답이란 건 무엇일까요?
질문은 무엇이었죠? 질문에는 꼭 답을 해야 할까요? 답이 없는 질문도 의미가 있을까요? 답을 찾을 필요가 없는 질문은요? 답을 찾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 가능하다면 질문은 무엇일까요?
올바름에 관해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남에게 빌린 것을 잘 갚는 것이 과연 올바름이냐고요. 나에게 무기를 빌려준 친구가 어느날 미쳐버렸다면, 그 무기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무기를 돌려주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고 올바른 일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쟁점으로 떠오른 여혐에 대한 젊은 철학도의 생각을 들어보자.
여성스러운 것과 여성 혐오 사이와 관련 주제에 대해 인간을 동일하게 여기는 것은 어려운 과제입니다.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성을 남성과 같은 존재로 보는 것은 참 어렵죠. 강한 혐오는 익숙해지고, 익숙한 혐오는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너, 그렇게 하고 다니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 라는 자연스러운 말에 숨겨진 익숙하고 강한 혐오가 무서운 이유죠. 여성도 인간입니다. 아니, 여성은 인간입니다. 당신의 기호에 그를 편입시키지 말아요.
완전히 다를 것 같은 예술과 기술에 대한 견해는 이렇다.
예술과 기술이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해 인공지능 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하여 그린 그림들이 1억원이 넘게 경매로 팔린 예를 보며 화풍을 학습해 풀어낸 인공지능의 그림이 예술이라면, 예술은 인간의 감수성을 배제하고도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고 동시에 예술은 인간 특유의 활동이 아니게 되죠. 예술은 기술과 다른 것이 없을까요? 글쎄요, 어쩌면 인간과 기계가 다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재능의 예술가만이 독특하고 의미있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음 실화를 보면 이해가 갈지 모른다.
미국에 있는 어느 미술관에서 한 학생이 바닥에 안경을 놔둔 이후 많은 사람들이 마치 하나의 현대 미술로 인식하고 사진찍고 관심을 가진 현상에 대해 우리의 일상은 예술적인 공간입니다. 익숙한 사물을 어색하게 보는 실험. 굴러다니는 지우개 하나도 보일 듯 말 듯 멀리서 보고, 툭툭 쳐보고, 냄새와 맛을 보고, 불을 끈 상태에서 만져보고, 한쪽 눈을 감고 본다면 분명히 다를 거예요.
주변을 보세요. 어떤 일상이나 예술이 앉아 있나요?
역사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이 필요하리라.
역사를 세탁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완전한 진실이 아닐 수 있거든요. 특정목적을 갖고 잘못된 사료, 편향된 사료를 활용하여 사실을 해석해낼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거울입니다. 하나의 거울로 입체적인 우리네 삶을 비출 수 없죠. 역사는 한 가지로 세탁될 수 없는 것입니다.
쾌락과 좋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와 쾌락주의자인 칼리클레스와의 토론을 들여다 보자.
쾌락과 좋은 것의 차이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쾌락주의자인 칼리클레스와의 토론에서 쾌락과 좋음은 별개의 것입니다. 가려운 데가 있어서 긁고 싶을 때 마음껏 긁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까? 실컷 긁을 때는 잠시 쾌락을 느낄 수 있으나, 가려움증을 치유받는 것이 진정한 좋음일 것이외다. 진정 좋은 것은 쾌락보다 우월합니다.
지식과 지혜와 철학의 차이점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지식은 토마토를 과일이라 아는 것이고, 지혜는 토마토를 과일샐러드에 넣지 않는 것이고, 철학은 케첩이 스무디인지 궁금해 하는 것입니다.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이렇다.
철학을 왜 공부하는냐라는 질문에 인간을 아는 것이 즐겁고, 인간의 흔적을 살피는 것이 달콤한데, 인간에 대해 치밀하게 사유한 길을 좇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철학을 왜 공부하는냐라는, 가장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인간은 재밌다라고 답한다.
<목차>
1부 철학이라 쓰고, 개그로 읽다
공짜 없는 공자
휴먼아재체로 읽는 철학 무용론
하이데거, 스승의 장례식에서
무민이 보내는 편지
노자가 치는 베이스 기타
푸코가 만난 산타 할아버지
4월은 여전히 잔인한 달
[간장 두 종지]와 해체주의
윌리엄 제임스와 환각제
하버마스와 쓸데없는 소리
가다머와 해석의 순환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디오니소스님
야구공과 흙수저가 만났을 때
그대여, 취업률을 바꾸어주세요
철학과 학과장님에게 필요한 지혜는?
현대 문 학
우파니샤드와 좌파니샤드
기다리는 동안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
라이프니츠와 최저시급
공기 없이는 못 살아
2부 일상을 비틀어 철학으로 보다
씹고 뜯고 맛보고
실제로 보면 다르답니다
철학에 답이 있을까요?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당신이 타인의 얼굴을 만날 때
최‘순’이고 확‘실’한
꼰대 보존의 법칙
특별하지 않음의 특별함
철학자와 논쟁하는 것은
다이몬과 태블릿 PC
올바름에 관하여
지금 대통령이 누구예요?
잘못 끼우면 불행해집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쫌!
현충일 헌사의 ○○○○
여성스러운 것과 여성 혐오 사이
미술관 바닥의 안경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하는 것
무엇이 다를까?
3부 딱 요만큼만의 철학 읽기
하늘의 뜻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입니다
개강에 닥쳐 필요한 것
경력 없는 책임자
가즈아, 믿음으로!
수학자와 철학자에게 필요한 것
끝나지 않는 싸움
나는 누구입니까?
상식에 대한 착각
하늘에 인간이 없다면
고양이도 MB를 안다
무너지는 경계 속에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
역사를 세탁할 수 있을까?
쾌락과 좋은 것의 차이
나는 슬플 때 춤을 춰
지식과 지혜와 철학
책은 솔직해
딱 요만큼만
천재, 그 고독한 자유
4부 철학은 재미있는 인간 속에서
철학자와 수저
어쩌면 철학은
화이트헤드 제거는 내가 한다고 전해라
노동자의 몫
인간은 재밌어
아모르파티
꿈을 꾸는 꿈
마음을 곱게 쓰면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디지몬 어드벤처와 아리스토텔레스
비교할 수 없는 두 가지
책을 읽는 이유
프로이트가 초등학교 화장실에?
헤겔은 독일어를 못 했다고?
그네어와 삼각인식론의 영향 관계
양명학과 허니버터칩
고자가 고자라니
안철수와 논리적 참
새끼 오리와 아프리오리
뷔리당의 당나귀와 짬짜면
5부 어쩌면 철학은
죽을 때 웃는다고?
과연 누구를 잡아야 할까?
왕좌의 게임 속 철학
‘다른 사람’이라는 이름의 메두사
합법적인 기억상실증
코레이아와 테크네
묵자와 호빵맨
막장드라마와 일부일처제
예수와 ‘달걀로 바위치기’
생각의 시작
알파고와 포스트휴머니즘
불의 신학이란
탈인간 시대와 사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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